영국의 신비주의 고전, 관상기도의 교과서 무지의 구름



 

하나님, 모든 심령이 당신께 문을 열고
모든 뜻이 당신께 말을 합니다.

당신께는 아무 것도 감출 수 없습니다.

당신의 은혜로 내 마음의 뜻을 깨끗하게 해주시사,
나로 당신을 완전히 사랑하고
합당하게 당신을 찬양할 수 있게 해 주시기를 간절히 구하옵니다.



나의 친구여, 기독교적인 삶에는 네 가지의 단계와 형태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즉 평범한 삶, 특별한 삶, 비범한(singular) 삶, 그리고 완전한 삶입니다. 그 중 셋은 이 세상에서 시작되어 이 세상에서 끝납니다.

독거의 삶의 단계에서, 당신은 마지막 단계인 완전한 단계의 삶을 행해 사랑의 발걸음을 내딛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저자 서언



당신이 완전에 이르는 길을 걸어가려면, 평생 동안 소원을 품어야 합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의 능력과 당신의 동의에 의해서, 이 소원이 항상 당신의 뜻 안에서 작용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질투하시는 연인이시기 때문에 다른 제휴를 허락하지 않으시며, 당신의 의지 안에 하나님과 당신만 있지 않으면, 당신의 의지 안에서 역사하기를 원치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결코 도움을 청하시지 않으며, 당신만을 요구하십니다. 그분의 뜻은 당신이 그분만을 응시하는 것, 그리고 그분이 홀로 행동하시도록 하는 것입니다.


겸손한 사랑의 추진력을 가지고서 마음을 하나님께 들어 올리십시오.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을 목표로 삼지 말고 하나님을 목표로 삼으십시오. 하나님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리하면 당신의 이성이나 의지가 하나님 외에 다른 것에 작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신성을 우리 영혼에게 맞추어 조정하심으로써 우리 영혼과 동등하게 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영혼은 하나님의 모양과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기 때문에 하나님과 조화를 이룹니다. 하나님만이 우리 영혼의 뜻과 소원을 충분히 이루어 주실 수 있습니다.


내가 말하는 “어두움”이란, 영적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초래된 지식의 결여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모든 것은 어둡게 느껴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과 하나님 사이에 있는 것은 공중에 떠다니는 구름이 아니라 ‘무지의 구름’입니다.

당신이 이 구름을 만나서 그 안에서 살고 일하려면, 이 무지의 구름이 당신 머리 위, 즉 당신과 하나님 사이에 있듯이, 당신의 밑, 즉 당신과 모든 피조물 사이에 망각의 구름(cloud of forgetting)을 두어야 합니다.

우리는 갈망하는 사랑이라는 예리한 화살로 두꺼운 무지의 구름을 공격해야 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하나님에 대해서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생각조차도 하지 마십시오. 하나님 외에 다른 원인이 없이 단순히 하나님을 향하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원한다면, 하나님을 향하는 태도를 한 단어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짧은 단어를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짧은 단어일수록 이 수련과 더 조화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하나님”, “사랑” 등입니다. 당신이 원하거나 좋아하는 간단한 단어를 택하십시오. 그 단어를 마음속 깊이 간직하십시오. 그렇게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올라도 그 단어는 마음에서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단어는 당신이 평화로울 때나 전쟁을 할 때에 당신의 창과 방패가 되어줄 것입니다. 이 단어로 당신 위에 드려져 있는 무지의 구름과 어두움을 공격해야 하며, 이 단어로 망각의 구름 밑에 있는 모든 생각을 죽여야 합니다.


하나님과의 합일인 관상기도(Contemplative Prayer)의 방법을 다룬 이 책의 유래는 영국의 신비주의가 절정에 달했을 시절, 리처드 롤, 월터 힐튼, 노리지의 줄리안 등이 집필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던 14세기부터 비롯된다. 알려지지 않은 14세기의 이 신비주의자는 최초로 모국어를 이용하여 영혼의 개성에 중심을 둔 이 글을 저술했다.
저자에 따르면 먼저 영적 독서를 하지 않으면 묵상을 제대로 할 수 없고 묵상을 하지 않고서는 참된 기도에 이를 수 없다. 영적 독서란 성경 읽기를 기본으로 하는 경건독서 또는 거룩한 독서를 의미한다.
알려지지 않은 14세기의 이 신비주의자는 영혼의 개성에 중심을 둔 이 글을 저술했는데 관상기도의 본질,방법 등을 75장으로 나누어 자세하게 설명했다. 아울러 관상수련을 할 수 있도록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는지를 발견해 내는 기준이 되는 상세한 지침들도 수록했다.


1. 기독교적 삶의 네 단계

10. 하나의 생각이 죄악된 것인지 아닌지, 그리고 크게 죄악된 생각인지 경미하게 죄악된 것인지를 아는 방법

20. 자신을 변명하기 위해서 하나님 사랑하는 일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답변해 주실 전능하신 하나님.

30. 누가 다른 사람의 잘못을 책망하거나 판단할 수 있는가?

40. 이 수련을 하는 동안에는 특별한 덕목이나 악덕, 혹은 그것의 본질에 관심을 갖지 말아야 한다.

50. 순결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어떤 사람들은 감각적인 위로를 거의 받지 못하는 데 반해 어떤 사람들은 자주 받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60. 하늘 나라를 향한 지름길은 거리로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소원에 의해서 측정된다.

70. 육체의 오감을 잠재우면, 쉽게 영적인 일을 경험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영적 능력을 잠재우면 현세에서 하나님에 대한 경험적 지식에 도달할 수 있는데, 그것은 현세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가능하다.

75. 하나님으로부터 이 수련을 행하라는 부름을 받았는지의 여부를 시험해 볼 수 있는 분명한 표식들.